봄이 되면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저도 올해는 ‘꽃구경은 꼭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던 중, 경남 함안에서 열리는 함안청보리 작약축제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름부터가 참 매력적이었어요. 청보리와 작약이라니, 싱그러움과 화려함이 한꺼번에 담긴 조합 같았거든요. 그래서 큰 기대를 안고 친구와 함께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그때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청보리밭 속을 걷는 순간
축제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보리밭이었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도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그런지,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더라고요. 친구랑 “와, 진짜 초록 바다다!” 하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청보리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발밑에서 바삭거리는 흙길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사실 이런 순간을 즐기려고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평소엔 늘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데, 보리밭 사이를 걷다 보니 머릿속이 차분해지고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는데, 덕분에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어떤 가족은 아이를 안고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고, 연인들은 서로 웃으며 예쁜 장면을 남기고 있었어요. 저희도 삼각대를 세워 두고 한참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니 자연광 덕분에 따로 보정할 필요도 없을 만큼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청보리밭 특유의 초록빛 배경이 모든 걸 다 빛나게 해 준 것 같았습니다.
작약꽃밭에서 만난 화려한 봄
청보리밭을 충분히 즐긴 뒤, 이번엔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작약꽃밭으로 향했습니다. 멀리서부터 화사한 색감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정말 압도적인 장관이 펼쳐져 있었어요. 연분홍, 진분홍, 하얀색의 커다란 작약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풍경을 보는 순간 ‘와, 이래서 사람들이 함안에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작약은 꽃송이가 워낙 크고 풍성하다 보니 가까이서 보면 얼굴만큼 큰 꽃도 있더라고요. 꽃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웃하며 향기를 맡게 됐는데, 은은하고 기분 좋은 꽃향기가 코끝에 맴돌았습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봄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특히 오후 햇살이 내려앉는 시간대라 꽃잎들이 더 생생한 색을 띠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사진이 정말 잘 나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온 사진 동호회분들도 보였고, 아이들은 커다란 꽃송이를 잡아보려고 손을 뻗으며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축제장은 단순한 꽃구경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기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작약을 볼 때마다 ‘꽃 중의 왕’이라는 별명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넓은 밭에 가득 핀 모습을 보니 정말 그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거든요.
축제를 더 알차게 즐기는 방법
여행기를 쓰다 보니, 혹시 직접 가실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팁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방문 시간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갔는데, 햇살 덕분에 보리밭도 푸르게 빛나고, 작약꽃도 선명하게 보여서 사진 찍기에 딱 좋았습니다. 반대로 아침에는 이슬 때문에 길이 젖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발은 꼭 편한 걸 신으세요. 축제장은 대부분 흙길이고 넓어서 꽤 많이 걸어야 하거든요. 운동화가 가장 무난하고, 모자나 선글라스도 챙기면 좋아요. 햇빛이 제법 강해서 사진 찍을 때도 유용했습니다.
또, 축제장 안에는 작은 농산물 판매 부스가 있었는데, 저는 그곳에서 지역 농산물로 만든 간식을 사 먹었어요. 직접 재배한 채소나 과일을 파는 부스도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런 건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죠.
교통은 주말에는 차보다 대중교통을 권하고 싶습니다.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면 꽉 차버리더라고요. 저희는 평일에 갔던 터라 그나마 괜찮았지만, 주말이라면 조금 서둘러 도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할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함안청보리 작약축제는 ‘봄’이라는 계절이 가진 모든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청보리밭의 싱그러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작약꽃의 화려함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여행은 늘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만,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와 바람, 향기는 직접 가야만 알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도 꼭 한 번 다녀오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만약 올봄,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경남 함안의 이 축제가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